중국은 21세기 들어 전략 산업에 대한 국가 주도의 집중 투자를 바탕으로 반도체 자립화를 가속화해왔습니다. 특히 ‘제조 2025’ 정책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술 내재화의 초석을 다졌으며, 이제는 ‘중국표준 2035(가칭)’ 비전을 통해 국제 표준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본 문서에서는 부품·소재에서부터 제조 장비, 설계·응용에 이르기까지 중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자립 전략과 최근 성과, 글로벌 경쟁 구도의 재편 양상을 종합적으로 해설합니다.

1. ‘중국표준 2035’와 기술 주권 전략의 상징
중국 정부는 ‘제조 2025’를 넘어 ‘중국표준 2035’ 비전을 선포하며, 글로벌 산업 표준 자체를 자국화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핵심 부품·소재의 내재화, 첨단 제조 장비의 자립, 최종 완제품 경쟁력 확보 등 전 주기적 생태계 완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주도의 기술 봉쇄 이후 반도체 분야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범국가적 역량 결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 ‘제조 장비’라는 난공불락의 장벽과 그 돌파 전략
반도체 제조 장비는 리소그래피, 식각, 증착, 검사 장비 등 기술 난이도가 극도로 높은 분야로, 현재 미국·일본·네덜란드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해외 엔지니어 영입 및 기술 스카우트, 대형 기업의 중소 장비 스타트업 투자·인수합병을 병행하며 장비 기술 내재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장비 개발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3. 대표 사례: 화웨이와 사이캐리어(SiCarrier)의 동반 성장 구조
화웨이는 국유 장비 업체 사이캐리어에 초기 투자와 인력, 기술 협력을 제공하며 동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사이캐리어가 개발한 DUV(심자외선) 노광장비는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 시리즈’ 생산에 적용되어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이 사례는 중국이 설계·생산뿐 아니라 장비 분야에서도 점진적 독립 역량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4.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 ‘빅펀드(Big Fund)’와 국가 주도 육성정책
중국은 2014년부터 운영 중인 국가 집적회로 산업 투자 펀드(빅펀드)를 통해 지난 10년간 약 983억 달러(약 135조원)를 투입하며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해왔습니다. 2025년에는 반도체 장비 분야에만 380억 달러(약 52조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으로, 연구개발 지원, 시설 투자, 인재 양성 등을 다각도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5. 공급망 재편: 미국 동맹국의 독점 구조에 대한 역공
중국은 미국·일본·네덜란드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정면 돌파하고 있습니다. AMEC가 램리서치가 독점하던 낸드메모리용 식각장비를 공개한 것을 비롯해, 캠브리콘이 엔비디아 AI 가속기 대체 제품을 중국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중국 기업이 핵심 장비·설계·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자립하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6. 기술 자립의 신호탄: 5나노 공정과 DDR5 양산의 의미
최근 중국은 5나노급 첨단 공정 개발에 성공했으며,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DDR5 메모리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5나노 공정의 상용화는 미세공정 분야에서의 독립 역량 확보를 상징하며, DDR5 양산은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의미합니다.
7. 시사점: 미국 중심 반도체 패권 체제의 균열
중국의 자립화 움직임은 단일 국가·기업 중심의 기술 패권 구조를 다극화로 전환하는 신호입니다.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체 공급망 구축을 통해 봉쇄 효과를 일부 무력화하며, 글로벌 산업 경쟁 구도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8. 글로벌 경쟁 환경의 재편 양상
반도체 산업은 이제 ‘미·중 병존’ 또는 ‘미·중·EU 분권’ 체제로의 이행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국·유럽·일본 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입 유지를 위해 비핵심 분야에서 기술 라이선스, 합작투자 등을 검토 중이며, 중국은 이를 통해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9. 기술 협력 및 지식재산권 확보 동향
중국은 해외 인력 영입과 더불어 특허 출원을 통해 IP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R&D 예산 증대와 함께 노광장비, 식각공정, 고순도 소재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특허를 집중 확보하며, 외국계 기업과의 공동 개발 시 현지 특허 공유 및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10. 한국 및 기타 반도체 강국에 대한 시사점
•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 강화: 중국산 장비 사용 확대는 기존 장비 공급국의 매출 감소와 가격 경쟁 심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기술 협력 전략 재검토: 중국 내 협력 시 IP 보호 메커니즘을 강화하고 투자 기준을 엄격히 설정해야 합니다.
• 신흥 시장 공략 기회: 저비용 중국산 장비가 신흥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고성능·프리미엄 장비 시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11. 장기적 발전 과제 및 리스크 관리
① 기술 성숙도 확보: 장비의 신뢰성과 수율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② 인력 유지·육성: 자체 인력 풀 확대를 위한 교육·연구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야 합니다.
③ 지적재산권 분쟁 대응: 특허 분쟁에 대비한 법적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④ 정치적 리스크 관리: 미·중 갈등에 따른 제재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사전 마련해야 합니다.
12. 전망 및 정책 제언
중국은 ‘제조 2025’로 시작된 전략을 ‘중국표준 2035’로 이어가며 기술 내재화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은 경제·안보·외교를 아우르는 다차원적 싸움으로 전개될 것이므로,
• 국가 간 전략적 동맹을 통한 공급망 안보성 강화
• 기업 차원의 혁신 투자 확대 및 프리미엄 장비·소재 분야 차별화
•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및 국제 표준 제정 참여
등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이고 공정한 경쟁 구도를 구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