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사건의 본질: 구조화된 기술 침해의 양상
이번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의 평결은 단순한 우연적 침해나 기술적 중첩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맥셀이 보유한 핵심 특허기술을 고의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판단한 데 의의가 있습니다. 침해 특허는 기술 간 호환 및 연결, 생체인증 보안 해제, 영상처리 등 삼성 스마트싱스 및 갤럭시 시리즈의 전략 기술에 직접 연관된 것으로, 단순히 부차적인 기능이 아닌 핵심 사용자 경험(UX)에 직결되는 기술입니다.
이 가운데 미국 특허 제10,176,848호는 생체인식 기반의 모바일 기기 잠금 해제 기술로, 삼성의 ‘인텔리전트 스캔’과 같은 얼굴+홍채 복합 인증 기술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삼성 내부에 해당 기술을 참조하거나 도입한 구조가 존재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영상·사진 재생 관련 특허(제8,982,086호) 및 디바이스 자동 연결 기술(제11,017,815호)는 스마트싱스 앱 및 삼성 스마트TV·패드·워치 간 IoT 연동 과정에 필수적인 논리 흐름을 구성하는 것으로, 기술 적용의 불가피성과 침해 회피 가능성의 부재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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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반복성과 고의성: ‘포스트 라이선싱’ 구조의 침해 관행
맥셀은 해당 특허들이 원래 일본 히타치 소유였으며, 2011년 맥셀이 히타치로부터 전자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모든 특허권도 승계됐다고 주장합니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가 과거 히타치와의 라이선스 계약 하에 동일 기술을 사용한 이력이 있었음에도, 해당 계약 종료 이후 재계약 없이 동일 기술을 계속 사용해 왔다는 점입니다.
이는 법적으로 명확한 특허권 침해를 구성하며, 단순한 중복 개발 논란을 넘어 ‘계약 종료 후 기술 탈취’라는 비윤리적 구조의 반복을 의미합니다. 맥셀은 이 점을 지적하며 “삼성이 이미 해당 기술의 보호 범위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지속적 사용을 택했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 역시 이에 동의하여 **‘고의적 침해(willful infringement)’**로 판단하였습니다.
이 고의성 판단은 단순 배상액을 넘어, 향후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의 여지를 남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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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기술적 의존성과 독점화 의도: 특허 회피 아닌 편취
삼성전자의 침해 방식은 흔히 말하는 ‘클로즈 카피(clone)’나 ‘우연한 유사성’이 아닌, 기술 흐름과 프로토콜 전반을 그대로 구조화한 채 제품에 반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스마트싱스 기반의 기기 자동 동기화 기술은, 복수 디바이스 간 통신 수단 및 제어 명령 흐름을 특허와 동일한 논리로 구현하고 있었으며, 맥셀이 이 구조 전체를 기술권 범위로 등록한 상태였습니다.
즉, 삼성은 해당 기술이 이미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고, 회피 가능한 대체 기술이나 변경 로직을 적용할 수 있었음에도 이윤 극대화를 이유로 원특허 구조를 통째로 활용한 셈입니다. 이는 과거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 삼성전자가 타사의 UI·UX·디스플레이 레이아웃 등을 그대로 흡수한 전력이 반복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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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동일한 행태의 반복: ‘기술 무단전용’의 기업문화화
이번 사건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술 강자들에게 반복적으로 특허 소송을 당해온 일련의 전례들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대표적인 유사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애플 vs 삼성 (2011–2018): 디자인, 제스처 UI, 멀티터치 특허를 포함한 50건 이상 분쟁. 미국 배심원은 삼성의 고의 침해를 인정하며 10억 달러 배상 평결.
• 코닥 vs 삼성 (2009): 이미지 센서 및 카메라 기술 관련 특허 침해. 삼성은 수천만 달러 규모로 합의.
• 인터디지털 vs 삼성 (2013): LTE 관련 필수표준특허(SEP) 침해 혐의.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소.
• 게이오대 소송 (2019): 영상처리 알고리즘 관련 무단 사용. 삼성 일부 패소.
이러한 사례들은 삼성전자가 기술 확보 과정에서 ‘먼저 쓰고 나중에 합의하거나, 소송에서 일부 손실을 감수’하는 방식의 전략을 지속적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기술 자산에 대한 비윤리적 접근과 분쟁 중심의 특허 리스크 관리는, 삼성의 내재화된 기술 침해 문화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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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결론: 삼성의 특허윤리 위기와 글로벌 신뢰 타격
맥셀과의 분쟁은 단지 1500억 원대 손해배상 평결에 국한되지 않으며, 삼성이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의 자격을 다시금 점검받게 된 계기로 작용합니다. 특히 미국 배심원단이 ‘고의성’을 명시하며 침해를 판단했다는 점은, 향후 삼성의 ITC 제소 대응, 수입금지 명령 방어,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 회복 전략에 결정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R&D 생태계 내에서 삼성전자가 더는 ‘기술권 보호와 거래 질서의 준수자’가 아니라, ‘기술편취자’로 규정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향후 삼성은 기술 도입과 활용 전 과정에 대해 더욱 철저한 IP 실사(due diligence) 및 계약 기반 재정비가 요구될 것이며, 침해 방지를 위한 사전 AI 필터링, 소스코드 감사 시스템 도입 등 구조적 대응이 필요합니다.